우리나라는 두 얼굴의 모습이다.

물질쪽은 자본주의의 성숙단계에 들어서 있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며 이미 마이카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의식구조는 농경문화쪽에 가깝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경제성장 저축 수출
등 경제지표들은 앞서 있는데 정신지표와 사회지표들은 맨 끝줄에 있음을
확인할수 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사회를 천민사회라 했다.

경제발전에 있어 물질구조와 의식구조는 자동차의 두바퀴처럼 서로 연계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물질과 의식간 격차가 너무 커져 의식개혁없이는
경제발전이 더이상 나아갈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현 경제위기도 그 본원
을 찾아가면 의식의 후진성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고칠것인가.

첫째 집단적 이기주의 가치관을 고쳐야 한다.

서구사회를 보편적 개인주의 사회라 한다면 우리사회는 집단적 이기주의
사회라 할수 있다.

보편적 개인주의는 전체사회와 개인을 직결시켜 사회 전체이익의 틀속에서
개개인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사고를 말한다.

한국인의 집단적 이기주의는 전체사회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소집단,
예컨대 가족 동창 동향 동성과 같은 동질성을 갖는 소집단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것으로서 사회전체에 대해서는 배타적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차별 불공정 비능률 갈등을 낳는다.

둘째 권위주의적 의식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질서는 기본적으로 수직적이고 획일적이며 하향적이고
가부장적이다.

이러한 의식구조는 자율적 수평적 다원적인 것으로 고쳐가야 한다.

셋째 폐쇄적인 의식구조를 개방적인 것으로 고쳐야 한다.

우리는 집을 지으면 높은 담장을 쌓고 산다.

남을 칭찬하고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하다.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 혐오감이 있으며 외국문화에 친화적이지 못하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서울에 외국인타운이 없다는 것은 그러한 폐쇄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는 21세기를 살아갈수 없다.

생산요소와 자원이 부존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며
그러자면 세계친화적인 국민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넷째 우리들의 재산관을 고쳐야 한다.

우리는 지금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면 잘 살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노후문제도 그렇고 자녀교육문제나 자녀결혼문제도 그렇다.

그래서 열심히 개인재산을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있다.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노후문제나 교육문제를 사회가 맡고 있으며 자녀
결혼비용은 필요치 않다.

그래서 개개인은 개인재산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재산을 저축한다.

잘 사는데 재산이 필요치 않으며 월급이 많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재산은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인의 재산관은 기본적으로 농경문화적인 것이다.

이제 우리경제가 선진국을 지향함에 따라 우리의 재산관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재산이 없어도 월급으로 잘 살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 가야 하며
국민들은 개인저축보다 사회저축을 늘리고 개인재산은 자녀보다도 사회에
돌려주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교육관을 고쳐야 한다.

우리 국민은 자녀를 위해 당대를 희생할 수 있는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녀교육은 이치와 객관으로 하지 않고 정과 주관으로 하고 있으며
자녀를 독립된 주체로 보지 않고 종속된 분신으로 생각하여 의존성 배타성
이기성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시민교육이 아니라 출세교육을 지향하며 교육투자에 인색하고 사교육비로
내자식만 잘 교육시키려는 불합리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의식개혁이 시급한 단계에 왔다.

국가선진화의 핵심과제가 의식선진화임을 깨닫고 우리 모두 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중앙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