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시장참여가 눈에 띄게 둔해졌다.

매도 매수 규모를 줄이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월요일은 원래 미국이 휴일인 탓에 주문규모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9일의 외국인 매수는 4백38억원, 매도는 2백87억원으로 매수
매도를 합친 매매규모가 7백25억원에 그쳤다.

월요일 기준으로는 올들어 가장 부진했던 1월5일의 1천98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환율이 높아지면 주식을 사고, 내리면 파는
"상승환율=외국인 매수"라는 등식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이같은 관망세에 대해 증권관계자들은 한국의 높은 주가수준을
꼽는다.

이옥성 ABN암로증권 서울지점장은 "투자분석팀이 최근 유럽투자자들을
순방해본 결과 그들은 단기급등한 주가 때문에 매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식을 사려는 대기매수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좀 더
내리고 원.달러환율이 1천7백원 정도는 돼야 매수의 의욕을 자극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남아 통화불안과 국내정세도 외국인을 망설이게 한다.

박병문 LG증권국제조사팀장은 "요즘들어 동남아 금융불안의 진원지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국내 정세에 이르기까지 사태해결의 방향을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며 "미국 관리들의 입에서
부정적인 얘기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지난 1~2월 같은 외국인의
왕성한 매수세는 기대하기 힘든다"고 진단했다.

선진국 시장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홍성국 대우증권법인영업담당차장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미국
유럽주가의 변동이 심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 일부에선 현금화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위기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 한 원화환율이 오르는 것 만으로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유입을 바라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