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는 10일 수하르토 대통령을 5년임기의 차기대통령에
공식 선출한다.

수하르토로서는 7번째 연임.

국민협의회는 이미 만장일치로 수하르토를 차기대통령에 지명했고
수하르토는 수락했었다.

국민협의회는 이어 11일 하비비 과학기술장관을 차기부통령에 선출한다.

이미 주요 정치세력들이 동의하고 있어 남은 절차는 요식행위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의 향후 5년을 책임지게 될 정.부통령이 결정되지만
향후 5년이 순탄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사실상 전무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과의 대립, 물가고와 생필품 공급난에 따른
민심이탈, 76세의 고령인 수하르토의 계속되는 와병설 등이 그의 앞날을
기다리고 있다.

<> 대외관계 =인도네시아와 IMF 등 서방과의 관계는 최악이다.

"통화위원회"제도를 둘러싼 대립에서부터 족벌해체 등 IMF가 요구하는
개혁프로그램의 이행의지에 대한 상호불신이 깔려있다.

IMF는 외환보유고(2월말 1백63억달러)수준으로 볼때 통화위원회는
설립하나마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IMF프로그램은 이미 실패작이었음이 판명났기
때문에 "IMF+"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IMF는 차기정부도 개혁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하르토는 족벌이 운영하던 은행까지 폐쇄시켰다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때를 맞춰 미국은 지난 8일 스테이플턴 로이 주인도네시아대사를 워싱턴
으로 소환했다.

항의성격이 다분한 대사소환으로 인도네시아 차기정권이 그리 순항하지
못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위기해결 =최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일본총리특사는 의약품제공을
약속했다.

필수의약품도 없을 정도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생필품 가격은 지난해 중반이후 많게는 1백%이상씩 폭등했다.

환율이 여전히 달러당 1만루피아를 넘고 있어 물가불안은 계속될 게
분명하다.

인도네시아의 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IMF는 지원금중단을 선언했고
민간기업들의 지불불능상태는 이미 진행중이다.

현재 협상중인 민간은행들의 외채상환연장문제도 이번 IMF의 결정에 따라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수하르토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는 일요일인 지난
8일에도 계속됐다.

<>내치불안 ="하비비는 국제금융시장이 버린 인물".

하비비를 부통령으로 생각하고 있는 수하르토의 의중이 전달됐던 지난 1월
외신들의 반응은 이랬다.

야당은 물론 인도네시아 군부 역시 "하비비부통령"을 그리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군부는 "다만 큰형님(수하르토)의 뜻을 받들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76세 고령으로 그동안 국제적으로 타전된 와병설만 2~3차례나 되는
수하르토가 유고상태가 되면 하비비가 전권을 이어받게 된다.

수하르토를 제외한 누구도 원치 않는 이런 구도는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