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시장은 "외국인세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날엔 주가가 올라가고 이들이 팔면 떨어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매매규모뿐만 아니라 종목별 동향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중소형 우량주가
두각을 나타낸 것역시 외국인 선호종목의 변화양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증권시장이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다보니 투자자나 증권회사들도 외국인들의
움직임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 동향의 파악이 장세분석의 가장 큰 기본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증시주변에서는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달러화를 기준으로
할 경우 많이 오른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IMF사태이전의 전고점 주가를 훨씬 웃돌고 있지만
달러화로 표시할 경우 그렇지가 않다"는 등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다본
시장분석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외국인동향이 증시 최대의 재료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들의 동향파악이
힘들다는 점에 많은 증권관계자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의 주식매매량은 매일 정확하게 파악되지만 파악이 가능한
시점에는 이미 흘러간 과거자료에 불과해 별로라는 것이다.

"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과 행동을 같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고
뒷북을 치면서 따라가다가 주가하락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지고마는 것이
요즘의 증권계 현실"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다.

현대판 연금술사라는 얘기를 듣는 조지 소로스가 지난1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언제쯤 한국 주식을 살 것이냐"고 질문했던 한 기자는 "그건
우리 펀드매니저에게 할 얘기이지 언론기관에 밝힐 일이 아니다"는 답변만
듣기도 했다.

결국 관심만 높을뿐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외국인 동향 파악의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역시 우리가 모르는 기상천외의 투자비법을 갖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이들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투자행태는 바람직한 자세가 될 수
없다.

어떤 측면에서는 외국인들의 주식매매 방법은 우리 투자자들보다 더
단순해 우량주중 주가가 덜 오른 종목을 꾸준히 사들이는 원론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합리적인 투자자세를 찾는 일역시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외국인의 뒤꽁무니를 쫓아가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이들이 갈만한 방향의
길목지키기에 나서는 것이 요즘의 우리에게 요구되는 보다 바람직한
투자자세로 보여진다.

< 증권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