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본채무를 초과하는 보증채무 11조원은 해소
하겠다"고 말한데 대해 대기업그룹들은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그러나 당장 이달부터 실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중복보증 해소 과정에서 은행들이 담보를 추가로 요구해 자금
조달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태일 이사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2000년 3월까지
상호지보를 완전히 없애야 하는 30대그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적용하지 않으면 별 소용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하위그룹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면 그의 주장은 적절해 보인다.

30대그룹은 지난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달말까지 자기자본의 1백%
를 초과하는 보증액을 없애야 한다.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상환금액의 10% 이내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3년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벌칙도 피할 수 없다.

마감이 2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거평 아남 신호 대상 등 4개 그룹은
아직까지 이 문제를 해결못했다.

이 가운데 거평 아남 신호는 지난해 4월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한 그룹.

그동안 30대그룹 밖에서 사업을 키워 오면서 5백억원을 빌리고도 3~4개
계열사가 함께 1천억원이 넘는 보증을 서야 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대비 채무보증율은 3개 그룹이 모두 3백%를 넘는다(작년
4월 기준).

중복보증을 즉시 없애줘도 월말까지 털어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
하다.

이들은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상호지보 자체를 원인무효시키는 방법도
실시하고 있지만 빨라야 6월에나 매듭지을 수 있다.

오죽하면 이들 그룹 총수 가운데 한 사람은 지난달초 김대중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신규 진입그룹은 유예조치를 취해 줘야 한다"고 직접 건의
했을 정도다.

실제 부채보다 과장된 "거품보증"에 따른 피해가 큰 만큼 해소조치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인 셈이다.

재계는 이와 함께 은행권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도
요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오히려 중복.과다보증 해소 과정에서 기업의 자금조달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이 부동산 등 추가담보를 요구할게 뻔하다는게 기업들의 우려다.

은행이라고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줄이려 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추가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들만 이래저래 손해보게 된다.

부작용만 커진다는 것이다.

모그룹 관계자는 그래서 "중복보증을 없앤다면서 새로운 신규 담보나
"이면보증"을 요구하는 은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방침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그러나 그동안 상호지보를 대기업의 탓으로만 보던 공정위가
금융계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데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원론은 수정되지 않았지만 "시행
세칙"들은 보완할 가능성이 엿보여서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