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울시내를 떠도는 부랑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IMF 체제이후 본격화된 정리해고 및 잇단 부도의 부산물이다.

전직 중소기업체 사장 및 사무직출신 실업자 등 "넥타이족 거지"도 상당수
있다.

서울역 전철역입구 지하도, 을지로입구역, 청량리역 일대는 거리로 내몰린
가장들의 "잠자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종이박스와 신문지를 이부자리 삼아 새우잠을 자고 새벽 5시에
남대문 인력시장을 기웃거리며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허탕치기가 일쑤다.

낮에는 IMF쉼터나 무료급식소에서 허기를 달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실시한 도시노숙자 및 부랑인실태 조사결과도 이같은
사실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서울역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홈리스
(homeless)는 서울시내 8백명을 포함, 전국에 걸쳐 1천명에 달한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실직후 가족 보기가 미안해서 <>부부간
싸움으로 <>부도로 사업체 또는 직장을 잃어서 <>일감이 끊겨서 등이다.

길호섭 생활보호과장은 10일 "일시적으로 취업기회를 잃은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이지만 영세업체 사무직근로자도 상당수에 달하고 이중
1~2%는 재산을 탕진한 중소기업 사장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역관계자도 "지난해만해도 서울역 주변 걸인이 50명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2백1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향후 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거지숫자가 오는 6월이후에는
전국적으로 3천명(서울 2천명)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억원 가량을 염출, 임시숙소제공 귀향여비 지원비 등으로 쓸
계획이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