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10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배석한
직후 총리기자실에 들러 김대통령의 "언론관"을 일부 피력, 눈길을 끌었다.

박대변인은 "언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쉬운 길"을 택하지 말라는 게
김대통령의 주문"이라며 "과거 정권의 구태를 따라한다면 50년만의 정권교체
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공보처나 안기부 등에서 공작차원으로 언론을 대했던 게 바로 "쉬운
길"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강압이나 회유를 통한 언론플레이는 통하
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대변인은 또 "현재는 정부출범 초기인데다 총리가 국회의 인준조차 받지
못하고 있어 어느때보다 언론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때로 "쉬운 길"
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변인은 "정부 조직개편과정에서 공보처를 없앤 것도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정부의 공식 대변인은
총리실의 공보비서실장이 맡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김대통령의 말을 빌어 과거 정권의 잘못된
언론관과 정책 실패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현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새정부의 언론정책이 과거완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