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의 표정이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10일로 총리서리에 취임한지 정확히 1주일이 지났지만 "총리 인준"을
둘러싼 여야간 경색 정국이 좀체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리서리 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여야간 쟁점이었던 총리 인준 문제가 마침내 법정으로 비화한 셈이다.

김 총리서리로서는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꼭 이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지만 김총리서리는 현재 총리 관저에서 묵지
않고 있다.

또 총리전용 관용차도 이용하지 않는다.

청구동 자택에서 세종로 청사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한 측근은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총리서리 입장에선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
하다.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세종로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김 총리서리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는게 배석자들의 전언.

김 총리서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든 문제는 주양자 보건복지부장관의 이른바
"부동산 투기의혹사건".

총리서리의 추진력만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출범초기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총리는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치적 위기때마다 특유의 돌파력과 정치력으로 이를 극복해 왔던 김
총리서리.

"총리 인준"을 둘러싼 현재의 대치정국을 타개할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