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이번에 개편된 정부조직체계에는 경제부총리와 같은 정책조정역이 제도적
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비록 경제부총리가 존재했었지만 경제정책운용에 있어서 조정
기능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경제부총리가 누구냐에 따라서 정책이 변경되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특히 실천내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못하여 정책실효성이 없었던 점이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이번 내각에서는 대통령의 정책조정역이 어느 때보다도 더 요구된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의 성격상 대통령의 업무가 너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모든 경제정책 현안을 조정하기가 물리적으로 힘겨우며 전문적인
판단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대통령이 설정한 정책목표내에서 총리나 재경부장관에게 조정역을
위임하여 실제로 정책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회의를 통한 의사 결정은 자칫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흐름을 유지
하기 보다는 상황적 논리에 좌우되기 쉽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대책회의와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

둘째, 비록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도 사전에 조율된 회의보다는 각
부처의 이해가 투명하게 개진되고 국가차원에서 걸러지게 해야 한다.

이같은 공개회의는 경제정책 운용의 투명성을 살리고 부처간 이해조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모든 안건을 다루기보다는 부의될 정책의 등급을 설정해 정책권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운영원칙속에서 경제대책조정회의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여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유지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