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아시아증시 동조현상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주가가 함께 오르고 함께 내리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일엔 아시아 통화와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자 한국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지만 아시아 금융권이 안정기미를 보인 11일엔 다시 반등에
나섰다.

이 때문에 증권가엔 출근하자마자 외국인을 따라잡기 위해 커피 한잔에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증권맨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증시가 동남아 증시와 함께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증시개방폭이
55%로 확대돼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이 막강해진 때문.

외국인 보유주식의 싯가총액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서 국내 기관을
앞질렀다.

한국도 아시아의 일부로 보는 그들의 시각이 아시아증시 동조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론 홍콩의 리저널 펀드가 꼽힌다.

아시아 각국의 주식을 편입해 90%를 미국과 유럽투자자들에게 파는
일종의 수익증권인 이 펀드는 그종류가 2백여 가지이며 총 규모는
2백억달러로 어림되고 있다.

국별 편입비율은 홍콩 56%, 한국 5%, 말레이시아 7%, 싱가포르 6%
등이다.

정동배 대우증권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직접 사기도
하지만 리저널 펀드를 통한 간접적인 투자도 적지 않다"면서 "이 펀드가
사고 파는데 따라 아시아 주가가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국내기관 입장에선 이런 주가동조화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시아 각국의 금융기관이 대출과 차입이란 먹이사슬 구조를 가진 만큼
외국인을 움직이는 변수 역시 아시아 금융권의 동정이다.

외국인의 움직임은 아시아 주가로 나타나고 그런 외국인을 따라
잡으려는 국내 기관의 노력이 주가동조화를 부추기고 있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