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대립을 보이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인도네시아가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 중단 사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다음주중 미국에 정부고위층을 대표로한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고 일본에는 사태해결을 중재할 국제고문단 구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또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는 수하르토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위해 오는
14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키로 했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는 셈이다.

수하르토 대통령도 11일 취임식에서 IMF와의 관계나 말썽많은 통회위원회
제도 도입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해 극한 대결은 피하려는 인상을
주었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11일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에서 신축성을 보일
용의가 있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황이 변하면 항상 계획을 변경한다"고 전제
하고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한국 및 태국에서와 같은 신축성을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IMF는 특히 통화량 목표치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피셔 부총재는 신축성을 보일 수 있는 근거로 지난 1월 인도네시아정부가
IMF의 권고대로 보조금을 상당수 폐지했다는 점을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전날 시중은행 대외채무를 1백% 정부가 보증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발표, 대외신뢰도회복을 꾀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관련, 수하르토의 경제고문인 이드조조
니티사스트로가 이끄는 대표단이 내주중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정부와
IMF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제금융가는 인도네시아와 미국간에 경제개혁 및 지원재개를 위한 협상
기반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도 인도네시아정부가 경제.금융문제에 관한 국제고문단의
구성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고문단 구성 아이디어는 IMF와의 대립을 조정하고 국제금융계의 지원중단을
방지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미 전직 IMF총재를 특별고문으로 영입했으며 주요
선진국의 역대 금융당국자들의 영입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남아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이날 한때 달러당
1만루피아밑으로 내려갔다.

또 말레이시아 링기트와 태국 바트화도 모두 강세를 보였다.

IMF가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경제개혁조건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데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환율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