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권고사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부실경영책임론과 관련, 은행장들은 "책임을 져야 할일은 져야 하지만
그동안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모두 씌우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권으로부터 "주총에서 부실경영 책임을 지지 않은" 당사자중 하나로
알려진 모은행장은 "올 1월중에 노조와 주주 등에게 사의를 표명했었다"며
"당시 노조에선 누가 오겠는가, 대안이 없다며 연임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장은 "지금이라도 그만두라면 그만두겠다"라며 "청탁대출 정실대출
은 한건도 없었지만 지역경제가 나빠 거래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는 판에
은행이 성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특히 역사가 짧은 은행의 경우 자구를 하려고 해도 매각할 자산이 별로
없는 편.

결국 점포와 인력을 축소해야 하는데 이를 성급히 추진하면 사고위험성도
높아진다며 자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경영실적이 비교적 우량한 선발대형은행을 맡고 있는 한 은행장은 "(부실
경영 책임론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며 "작년의 경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경제가 파탄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경영을 잘하려고 해도 잘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사람(은행장 또는 경영진)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은행장은 "현재는 기반 자체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갑자기
너무 흔들어 놓으면 금융시스템이 또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은행장은 다소 다른 시각을 피력했다.

그는 "행장으로 부임해 종전의 여신관행을 완전히 뒤집었다. 대주주에게도
엄격한 여신원칙을 적용했다. 편중여신은 최대한 자제했다. 처음엔 따돌림을
당하고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이 행장은 이어 "최고경영자는 자기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분위기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며 은행장이 잘못된 분위기에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도 "작년의 경우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사실 옛 경영진의 방만한 여신관리로 인해 잠재 부실여신이 내재화됐었다.
취임하자마자 잠재부실이 현재화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지방은행은 큰
부실여신 하나로도 휘청휘청한다"고 털어놨다.

일부 은행장들은 "진작에 큰 그림을 줬어야지 주총 끝난지 한달도 안돼
이렇게 몰아치면 어떡하느냐"는 의견도 내놓으면서 은행장 거취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불편을 내비치고 있다.

<이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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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장 인사관련 발언 ]

<>은행장인사를 앞두고 간접적이라도 인사에 개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은행자율경영은 이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 김대중대통령 2월9일 >

<>은행발전을 위해 용퇴하겠다.

< 이규증 전 국민은행장 2월12일 >

<>정경유착으로 물의를 빚은 은행장이나 거액의 부실여신 등으로 경제위기
를 초래한 은행장은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

< 경제정의실천연합 2월27일 >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은행장을 문책하겠다.

< 이규성 재경부장관 3월6일 >

<>최근 마무리된 행장인사에 손댈 생각은 없으나 누가봐도 경영부실이
명백한 은행명단과 부실내역에 대해서는 당차원의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다.

<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 3월9일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