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주력 4개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을 모두 포기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효성그룹은 부채규모가 3조2천억원(부채비율 3백70%)에 달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주력계열사인 효성물산의 경우 막대한 환차손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물산이 사옥과 유가증권 등 팔릴만한 자산 3천억원어치를 모두 매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효성은 4개 주력사를 매출기준으로 선정했다.

효성물산,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은 그룹에서 매출이 가장 큰
기업들이다.

이들을 살리자면 그룹내 순익 1,2위를 달리는 알짜기업까지 매각할수 밖에
없었다.

지난 9일 효성이 독일 바스프에 매각한 효성바스프는 최근 ABS수지생산능력
을 세계최대규모(20만t)로 증설, 올 매출이 지난해(2천2백억원)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3천5백억원에 달할 정도의 유망한 기업이다.

합작사인 일본미쓰비시와 막바지 매각협상중인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도
지난해 1백20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는 등 그룹내 순익 1위를 달리는 "효자
기업"이다.

효성은 이들 2개기업 외에도 4-5개 흑자계열사를 더 팔아치울 계획이다.

대상기업을 다 거명하진 않았지만 합작기업들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이들 2개 기업 외에도 효성ABB, 효성에바라, 효성데이터시스템
등 8개의 합작회사를 갖고 있다.

효성원넘버 등 경쟁력이 없는 5-6개 계열사는 청산절차에 밟을 방침이다.

"처분해야 하는데 팔리지도 않는 기업들은 그냥 정리할수 밖에 없다"는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빚을 갚는게 적자기업을 정리하고 알짜기업을 파는 가장 큰 이유다.

효성은 정부의 기준에 맞춰 2002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데 계열사
매각대금을 쓸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침체속에서 이같은 계열사 매각이 계획대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