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의원회관에서 상습적으로 "고스톱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소속의원들의 이름이 거명된 한나라당측은 12일 고위당직자회의
에서 대책을 논의했으나 참석자들은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회의전후 대변인 논평 등 공식 반응도 일절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지도부는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 나서겠다고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면서 국회정상화 노력을 보이는 와중에 이 문제가
돌출된데 대해 크게 우려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의원들이 누구인지 확인에 나서고 있으나 "피의자"는 물론 구체적
"혐의"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L,K,S의원 등 중진을 포함한 15~16명선은 아니며
판돈도 많지는 않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태의 조기
진화에 애쓰는 모습들이다.

당내에서는 그러나 서둘러 해당의원들을 찾아내 자체징계나 국회윤리위
제소 등의 조치를 통해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총리 인준문제로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상황에서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지만 정치권 전체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에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열린 국민회의 간부간담회에서 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몸조심"얘기가 거론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임채정 정세분석실장은 "가뜩이나 정치권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겠다"고 혀를 찼고 한 당직자는 "정국이 교착상태
이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고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자민련은 특히 상습도박 의원들 가운데 중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하면서도 동료 의원들에 관한 사안이라며
성명이나 논평을 자제했다.

한 당직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나라당의 초.재선의원들은 위헌적인
백지투표에 앞장서더니 중진들은 민생현안은 뒤로 한채 수천만원대의
도박이나 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국민신당의 경우 고스톱 의원을 전원 색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