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이례적으로 차기회장을 공식 내정한 것은 재계의
힘을 결집해 변혁기를 뚫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면한 여러가지 난제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최악의 경영여건과 새정부의 개혁이라는
이중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구축으로도 볼수있다.

사실 이들 과제는 서로 배치되는 점이 적지 않아 한꺼번에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정부의 개혁정책을 그대로 따르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이익"을 위해 기업 입장만 주장하다간 "반개혁세력"으로
몰린다.

문제는 이들 과제가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전경련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데 있다.

다행히 두 과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

바로 "경제살리기"다.

전경련이 차기회장을 내정한 것은 두 회장의 장점을 살려 "경제살리기"라는
국민적 과제를 재계가 선도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최종현 현회장은 대내적인 재계 결속을 다지고 김우중
차기회장은 외국출장을 포함한 대외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식적인 역할분담은 어쩌면 필요없다.

전경련 회장에 맡겨진 짐이 워낙 많아서다.

우선 전경련 창립이래 숙제인 고금리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지금처럼 하루에 1백50여개 기업이 쓰러지는 "준공황"상태가 계속된다면
실물경제기반이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게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재계 개혁의 속도를 다소 늦추는 것도 전경련회장에
지워진 과제다.

경제위기 극복의 주체인 기업을 옭아매는 정책들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할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경제살리기"의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는 것도 재계의 현안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나 대규모 외국자본의 유치 등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하기 어렵다.

회원사의 심정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현회장과 차기회장의 "시너지효과"로 경제살리기를 조기에 가시화하려는
전경련의 "선택"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