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차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회사의 나침반이다".

원박스형 4륜차(한국의 봉고차) 등 개성있는 차를 타고 다니는 일본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원들의 의식개혁을 유도하고 있다.

사장차는 곧 검은색 고급승용차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히타치그룹 계열사인 히타치화성의 단노 다케시 회장은 지난해말 1억원이
넘는 최고급차인 닛산의 "프레지던트"에서 원박스차인 "엘그랜드"로
바꾸었다.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간토일대공장의 방문이 훨씬 편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몸만 편해진게 아니다.

엘그랜드를 탄 회장모습을 본 종업원들이 "회장의 스타일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인정했다.

단노 회장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트려 나가겠다는 경영관을 종업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나와 요시가즈 닛산자동차 사장도 지난해부터 엘그랜드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의 차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차와 동일하다.

그러나 문을 열어보면 다르다.

보통 3열로 돼있는 시트가 1열밖에 없어 공간이 넓다.

두개의 좌석중 하나는 업무용으로, 또다른 하나는 휴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있다.

좌석앞에는 노트북PC를 넣어두는 캐비넷이 놓여있다.

이 엘그랜드는 움직이는 사장실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와 사장은 업계사장들 모임에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엘그랜드를 타고
나타난다.

원박스차를 몰고 다니면서 "닛산이 변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멘소래담을 생산하는 오우미교다이사의 이와하라 사장은 도요타자동차의
레저용차 "하이럭스"를 타고다닌다.

인기가 없는 하이럭스를 구입한 것은 지난해말.

애지중지해온 "카롤라"가 더이상 탈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절약정신으로 이와하라 사장은 지난 74년 도산된 회사를 재건시킨
이후 지금까지 무차입경영을 계속해오고 있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