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융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배분의 왜곡현상이다.

협조융자를 받는 기업은 모두 대기업.

작년 하반기이후 은행권이 실시한 협조융자의 규모는 줄잡아 2조원에
이른다.

경영부실로 비틀거리는 대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그런가하면 중소기업은 우량한 곳마저도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도산에
직면해 있다.

게중에는 은행권의 지원을 받았더라면 살 수 있는 기업도 많았다.

그러나 은행들은 끝까지 외면했다.

은행및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적지않게 문제되는 부분이다.

주거래은행은 기업들이 신청한 협조융자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사도 않은채
협조융자 안건을 테이블에 올린다.

종전에는 조금밖에 여신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협조융자로 인해 덤터기를
쓰는 은행도 있다.

기업들은 자금사정이 조금만 나빠지만 주거래은행에 달려왔다.

자구노력을 한답시고 했지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자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일부 기업은 협조융자를 받은 후 불과 두달만에 다시 협조융자에 의지했다.

이같은 협조융자는 시장경쟁질서에도 심한 뒤틀림을 안겨줬다.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들은 협조융자란 구명줄을 받은후 덤핑수출, 수주를
예사로 했다.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다.

당장의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정상기업에겐 가격경쟁력을 잠식
당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국제시장에서 국내기업끼리 출혈경쟁을 벌이는 일도 다반사로
생겨났다.

그렇다고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이 정상궤도로 올라 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해태 뉴코아는 오히려 화의를 신청했다.

다른 기업들도 여전히 자금난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협조융자에 참여했던 은행들마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