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정말 우려할 일이다.

일부 종금사들이 3개월만기 24~25%의 상품을 쏟아놓기 시작하면서 과열되기
시작한 수신경쟁은 은행권마저 20%선의 확정금리부 상품들을 내놓고 있어
갈수록 열기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금주들어서도 일부은행들은 연 19.5%짜리 정기예금을 새로 내놨다.

이는 정기예금에 대해 연18%미만을 적용토록 하라는 관계당국의 지도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다.

고금리 수신상품의 잇단 등장은 고금리추세의 장기화를 결과할 것이란
점에서도 우려할 일이지만, 자금대이동에 따라 새로운 금융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월중 5조3천억원이 준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5일까지 7천억원이 빠진
은행신탁만봐도 그렇다.

현추세가 이어질 경우 1백80조원규모인 은행신탁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물론 오는 6월이후에는 35조원에 달하는 신종적립신탁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등 자금시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 우려조차 배제하기 어렵다.

IMF사태도 금리가 치솟자 은행신탁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은행유동성
부족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 발매를 허용한 6개월짜리 신종적립신탁은
2개월만에 35조원의 수탁고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만기가 연장된 이후 이 신탁은 만기가 더 짧고 금리가 높은
종금사상품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 신규가입이 끊긴 상태이다.

중도해지수수료를 물지않아도 되는 6개월 경과시점부터 대거 빠져나갈
것이 필지다.

이 신탁이 일거에 대거 해지될 것이란 얘기는 편입했던 CP등을
상환자금마련을 위해 전량회수해야한다는 뜻으로 기업자금흐름에
또 한차례 파란을 몰고올 우려가 짙다.

이에 겹쳐 시중은행들이 이른바 단위형 폐쇄형신탁판매를 경쟁력이 없다고
봐 판매유보할 방침이기 때문에 신탁부문의 난기류로 인한 자금대란
가능성은 더욱 크다.

정부에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CP전용펀드를 허용키로
한 단위형 폐쇄형신탁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데, 은행신탁 관계자들은
이 상품의 최단만기가 9개월이기 때문에 3개월이하 만기의 단기고수익상품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은행신탁상품은 지난96년이후 신종적립신탁을 허용한 작년12월15일까지는
만기가 1년6개월이상이었다.

장기저축인 대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구조였다고 할 수 있다.

신탁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자금시장에서
큰 몫을 해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은행신탁은 설 땅이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위기를
맞고 있다.

초단기 고금리상품들이 잇달아 쏟아져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탁상품 만기를 초단기까지 허용한다면, 그 상품은
장기저축이어야할 진정한 의미의 신탁이 아니고 그 자체가 본래의 신탁을
위협하는 꼴이 될 것 또한 명확하다.

초단기 고금리상품들이 몰고올 자금시장 왜곡, 신탁자금 대거 해지에
따른 대혼란 가능성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