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폭락과 함께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계약을 유지하자니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계약을 파기하기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나 전세 계약이 반드시 만기까지 유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6백28조에서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임대물이 약정한
차임에 상당하지 못할때 차임증감을 청구할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 사장은 "평당 4백만원의 임대료로 2000년까지
사무실을 쓰기로 계약했는데 바로옆 사무실이 평당 2백만원에 임대됐다면
상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임대료를 하향 조정을 요구할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민법 3백12조2항)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IMF로 한파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볼 것이냐는 점.

이에 대해 이석연 변호사는 "IMF라는 복병을 만나기전에 현저하게 비싼
임대료나 전세금을 부담하는 계약을 맺었다면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할수
있다"고 말했다.

차임청구절차는 "건물주인에게 먼저 차임반환을 통보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계약관계를 끝내거나 재계약할수 있다"는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법원은 지금까지의 차임증감청구권소송에서 계약시에 쌍방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임대료나 전세금을 조정할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만 재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이와관련 이석연 변호사는 "이전 판례들은 전부 건물주인이 임대료를
더 받겠다고 한 경우여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조항을 엄격히
해석했다"며 "임대료나 전세금이 과중하다는 소송이 제기되면 얼마든지
새로운 판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