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게, 더 싼 곳으로"

기업들 사이에 사무실 축소바람이 불고 있다.

관리비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사무실 임대료를 최소한으로 줄여
비용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자는 취지다.

대량감원으로 사무실 곳곳에 빈공간이 늘어난데다 "발로 뛰면서 불황을
극복하자"는 현장경영 추세까지 겹쳐 사무실 축소바람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직원들을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 곁으로 보내
서울사무실 임대료를 줄이는 "현장밀착형" 짠돌이 기업.

테헤란로 경암빌딩 6개층을 임대해 사옥으로 써왔던 동부제강은 최근
임대층을 절반으로 줄였다.

경암빌딩에 근무하던 기술직원들을 대부분 서울 오류동 공장으로 보내
임대보증금을 10억원 이상 줄였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인천행"에 나섰다.

한화그룹 본사사옥에 있던 부서중 총무, 인사, 기술부 등 절반이상을
인천공장으로 내려보낸 것.

서울에는 경리, 영업, 기획등 필수부서만 남겼다.

쌍용자동차는 대우자동차에 인수된 후 임대해 쓰던 본사 사무실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했다.

다음달 돌려받게될 돌려받을 임대보증금은 30억원.

여의도에 있던 아시아 자동차도 본사를 광주로 옮기고 서울에는 영업관리
등 일부부서만 남겼다.

한라그룹도 지난해말 한라중공업을 강남 본사 사옥에서 전남 영암의
삼호조선소로 이전시켰다.

이 자리는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건설이 대신 채웠다.

덕분에 한라건설은 임대료를 챙겼다.

감원으로 남는 공간을 활용, 임대료를 아끼는 "구조조정파"도 적지 않다.

신원그룹은 최근 남의 건물에 임대 들어갔던 "씨"와"루이레이",
2개사업부를 본사 건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말 20% 감원과 조직개편을 실시한데다 "사무실 좁혀쓰기"운동까지
벌여 5층 1개층이 완전히 비게 된 것.

신원은 임대사무실을 쓰던 2개 사업부를 그룹소유의 본사건물로 이전시켜
월 1천5백만원의 관리비와 임대보증금 11억원을 절감하게됐다.

땅값 비싼 서울만 고집할게 아니라 외곽으로 나가자는 "탈서울파"도
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의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대표적인 예.

통신단말기 전문업체인 스탠더드 텔레콤은 지난달초 본사를 서울
양재동에서 안양으로 옮겼다.

양재동 사무소에는 상품기획, 영업등 관련 부서 직원 10여명만 남았다.

덕분에 30억원가량의 현금을 챙겼다.

시스템통합(SI)전문 중견업체인 두산정보통신도 같은 케이스.

이 회사는 지난달말 서울 논현동에서 용인으로 사무실을 이전,
2억3천만원의 보증금과 월 2천7백50만원의 관리비및 임대료를 절감했다.

통신단말기 업체인 팬택도 최근김포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한글과컴퓨터
역시 본사의 "지방행"을 결정하고 춘천등을 대상으로 이전지역을
물색중이다.

지방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최고시세의 노른자위 땅에서 임대료가 싼
빌딩으로 이전하는 짠돌이 기업들도 적지않다.

대성그룹은 장안에서 최고임대료를 호가하는 수송동 이마빌딩에서
안국동으로 이전, 임대료를 절감했다.

여의도 63빌딩에 입주해있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백화점협회 등도 좀더 싼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 임대료가 싼 빌딩을
물색중이다.

한 기업의 총무담당자는 "요즘처럼 돈이 귀한 시절에 몇십억원이 어디냐"며
"사무실을 지방으로 옮기면 우수인재 유치나 거래처 관계유지등이 어려워지는
단점은 있지만 비용절감이란 장점에 비해서는 충분히 감수할 수있다"고
말했다.

<한우덕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