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주사바늘을 꽂은채 살고 있는 최지현군(3)의 부모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현군이 불치에 가까운 임파종(암)을 앓고 있는데다 지현군 아버지
마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현이의 병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평소 건강하게 유아원을 다니던 지현이는 지난해 10월 몸에 이상을
느꼈다.

열이 나는 감기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잇몸도 아팠다.

처음에는 치질환으로 생각해 치과를 찾았다.

그리고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서울대병원에서 잇몸병의 원인을
찾기까지 한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진단 결과는 임파종.

쉽게 말해 림프선에 생기는 암이다.

지난해 11월 입원한 지현이는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 모두 4차례의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항암제를 한번 투여하려면 보통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동안 매일 12시간이상 항암제를 주사한다.

혈액검사 역시 하루도 건널수 없다.

한마디로 고통의 나날이다.

항암제가 투여된후 보통 3~4주간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가능한한 바깥
출입도 삼가해야 한다.

물론 나갈 힘도 없다.

항생제주사를 24시간 꽂은 채 생활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머리카락은 이미 다 빠져버렸고 여린팔은 주사바늘
자국에 만신창이가 됐다.

이러다보니 만3년8개월된 지현이의 현재 몸무게는 2살박이만도 못한
12kg에 불과하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현이는 점차 시력도 잃어갔다.

어느날 어머니 김씨는 건네준 바나나를 잡지못하고 허공을 휘젓는
지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저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이런 지현이네집에 한가지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아버지 최대욱(33)씨가 다니는 대구 환경관리공단에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어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르기때문이다.

지현이 어머니는 "4개월여 동안 병원비만도 1천5백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3월에서 5월이 고비라는데 만약 지현이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15세미만의 어린이는 모두
1천~1천2백명.

이중에는 태어난지 6개월도 안된 신생아들도 있다.

그러나 7층의 소아암병동에 입원할 수 있는 어린이는 기껏해야 30명선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 1천여명중 한달에 2~3명은 부모의 가슴속에 묻힌채
별나라로 떠난다.

이 병원의 전임의 한효정씨는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붙잡고자 최선을
다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암을
퇴치할수 있는 특효약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