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5일 "은행장을 포함한 은행임원은 임기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경영능력을 의심받는 은행장은 임기중에라도 물러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장들이 은행감독원에서 명령한 경영개선조치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승인받지 못할 경우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시점에서 정부가 특정은행장들에게 사임압력을 넣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은행감독원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동화
동남 대동 평화 강원 충북은행 등 6개은행에는 경영개선조치를 내렸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이들 은행보다 높지만 최저기준(8%)에 못미치는 조흥
상업 한일 외환 충청 경기은행 등 6개은행에는 경영개선권고를 요구했다.

은감원은 이들 12개은행에 4월말까지 경영정상화계획을 내 6월말까지
승인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화작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일부 은행장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어느 은행장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일부은행장은 좌불안석이다.

당국의 "은행장 몰아치기"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단은 우선 두가지다.

하나는 은감원이 명령한 경영개선조치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

다른 하나는 기업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지의 여부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은감원의 승인을 받을만한 경영정상화계획을 내지
못하는 은행장은 경영능력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와관련, "은행들이 외국투자기관과 제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은행간 차별이 현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화된 구조에서 낙후된 은행의 경영진들은 자연스럽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감독당국 판단이다.

일부 은행장들은 이같은 기류에 불안해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곪은 잠재된 부실을 물려받았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은행만 온전할 수 있느냐" "부실기업에 협조융자를 지시하고 은행만
다그치면 어쩌란 말이냐"

은행장들이 쏟아내는 불만은 끝이 없다.

최근 새로 선임된 모 은행장은 "은행에 책임을 지울려면 그만한 힘도
보장해 줘야 한다"며 "정치권 정부 감독당국 등 사방에서 은행장을 조이면
설땅이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선 신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한다.

다른 한편에선 정치권에서 넘쳐나는 인력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장을
흔들고 있다고 혹평한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