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에어컨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올해 에어컨 내수시장 규모가 어느정도일지 짐작을 할 수 없을 만큼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수판매가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일반적
으로 추정한다.

특히 지난해 시장규모의 절반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최악의 전망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실시했던 1차 예약 할인판매의 부진이 근거가 되고 있다.

당시 에어컨은 특소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좋은 기회였음에도 예약률이
예년의 절반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어컨은 지난해 1백40만대 판매로 2조원대의 시장을 형성, TV를 제치고
최대 가전제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에어컨에 대한 인식이 사치품에서 일반 가전제품으로 바뀌면서
수요층도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에어컨 보급률도 전체 가구수와 비교했을 때 20%미만으로 70~80%에 이르는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아 시장잠재력이 큰 가전제품으로 꼽혔다.

특히 에어컨 내수시장은 지난 93년 30만대판매에 머물렀다.

이후 94년 36만대에 이어 94년 "폭염특수"를 누리며 79만대를 판매해
성장률이 2배이상 늘어났다.

96년 1백만대를 돌파해 총1백20만대가 팔렸으며 97년에는 1백40만대판매로
2조원시장을 형성했었다.

이에따라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를 비롯
대우캐리어 만도기계 경원세기 범양 두원공조 동양매직 등 16개업체가
사업을 벌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말 IMF체제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 판매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도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는 등 구조조정을 이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에어컨업계는 이같은 불황타개를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IMF시대에 맞는 실속형 제품, 애프터서비스강화 등 소비자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시장 수요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제품의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폭을 늘려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에어컨이 여름한철 제품이 아니라 공기정화 등 4계절 쓰는 것이란
개념으로 전환을 통해 시장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에어컨업계는 특히 "엘니뇨"현상의 반대 성인 "라니냐"현상으로 올여름이
상당히 무더울 것이라는 기상전문가들의 예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불황기를 맞은 에어컨 업계를 살려줄 "구세주"는 기상이변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