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업하려거든 한국기업과 합작하지 말고 아예 1백% 단독투자
회사를 세워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3월20일자)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한마디로 한국은 합작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

우선 정부당국의 지나친 행정규제를 꼬집었다.

일일이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고 법에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직간접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버린다고 비판했다.

기업 역시 상명하달식 경영이 고착화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게 이코노미스트
의 시각이다.

이익보다는 그룹의 세를 불리는 수단으로서 합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융업체를 세울경우 빈약한 그룹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GE사의 금융계열사인 GE캐피털이 신도리코와 세우려던
할부금융사를 사례로 들었다.

GE는 본격적인 기업금융사업을 벌이려고 했으나 신도리코는 사업확장을
반대했다.

GE는 단독법인을 세우려고 했지만 외국인은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제에 걸렸다.

결국 GE는 꿈을 접어야 했다.

작년에 삼성그룹과 JP모건이 손잡고 투자회사를 세웠다가 한달도 안돼
결별한 것도 같은 경우로 꼽았다.

삼성은 합작회사를 삼성그룹의 계열사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임원들에 대한 보수도 그룹의 기준에 맞춰야 해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
없었으며 계열사인 삼성증권의 지침에 의해서만 움직였다.

결국 이들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준비안된" 한국정부나 한국기업과의 합작으로 많은
외국기업들이 낭패를 봤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96년의 경우 합작법인의 이익은 외국인 단독투자기업에 비해
절반밖에 안됐으며 93년에는 3분의 1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회사들이 합작 의향서를 체결하지만
정작 회사간판을 거는 것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기업들이 규모에 비해 주가가 싸 인기종목으로
떠올랐지만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투자형태에도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