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내수위축으로 휘청거리는 자동차산업은 우리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년에 비해 내수가 무려 반으로 줄어들고, 가동률은 45%로 뚝 떨어져
자동차산업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좀더 서둘러 과감한 구조조정노력을
기울여 경쟁력을 향상시켜왔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생산요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를 회피할 수있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위기의 상당부분을 기업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이 겉으로 보기와 달리 몇몇 대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데서 심각성이 있다.

업계의 자료에 의하면 직간접 고용효과가 무려 1백67만명으로 전산업의
8.1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조립가공형 산업으로 몇개의 조립 대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2만~3만개의 부품 소재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단순히 몇몇 조립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계산업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어 놓을수 있을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딱히 자동차산업만을 선택해서 재정지원을 해줄수
있는 정당성이 없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고용과 소득을 창출해내는
기간산업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세금을 손쉽게 거두어 들일수 있는 봉
정도로 생각해오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동차산업이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능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 하면 80년 이후 96년까지 연평균 21.6%라는 고도성장을 해온
산업이기 때문이다.

급속한 내수성장에 힘입어 그동안 자동차산업은 승승장구해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내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정부가 도와주어야 할 때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산업에만 특별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독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에만 있는 제도를 하나씩 찾아내 국제 기준에
맞추어주자는 이야기다.

특혜를 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독 우리 기업에만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되는 일이 아닌가.

물론 재정수요가 급속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세원확보에 고심하는 정부
역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분이 없는 여러가지 세금을 만들어서 유독 특정산업에만
불이익을 주는 정부정책이 반드시 옳다고 볼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부과되는 세금은 무려 13가지다.

일본의 7개나 미국 독일의 4개에 비하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나
된다.

종류만큼이나 자동차관련 세금은 정부의 세수확보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97년 자동차관련 세수는 총세수의 18%인 14조9천억원이나 된다.

세금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특히 차별적인 세금의 경우 이같은 조건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동차에 대한 교육세나 특별소비세 부과는 설득력이
없는 세금이라 할수 있다.

특히 교육세의 경우 구매단계에서 운행단계까지 4단계에 걸쳐서 꼬박꼬박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

어떻게 똑같은 상품에 대해서 네번이나 세금을 거두어 들일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밖에 1가구2차량 중과세제도나 주말차량등록제 등은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위해서 충분히 해결해 줄수 있는 조치들이다.

그밖에 자동차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들은 없는지 곰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특정 산업에 대한 직간접의 지원책을 사용하는 데는 무척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의 개선에는 좀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자동차산업 관련제도를 국제적인 기준에 걸맞도록
맞추는데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자동차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내수시장에 대한 개방을 지연함으로써 한국의 소비자들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물론 자동차산업이 괄목하게 발전함에 따라 고용과 소득창출에 이바지해온
점도 높게 사고 싶다.

그러나 그동안 자동차 완성차업계의 임금수준이 과연 생산성에 걸맞게
상승해 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몇해전 어느 연구소의 자동차산업 임금실태 조사를 보고 필자는 놀란
적이 있다.

고금리와 고물류비 역시 경쟁력하락에 큰 역할을 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사분규가 심했던 곳은 완성차 업체들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자동차산업만큼 고용과 소득창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도 드물다.

때문에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차별조치를 없애 나가고
자동차업계 역시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