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이 장중한때 1천4백60원대로 급락하자 외국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증권사 국제부엔 향후 환율 전망을 묻는 홍콩계를 중심으로한
외국인 투자자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미국계 자금이 사전주문을 내놓고 휴일을 즐긴 탓에 이날 외국인
전체로는 매수우위를 보였지만 미국계의 17일 주문동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환율급락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은 대체로 악재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병문 LG증권 국제조사팀장은 "발빠르게 자금을 운용하는 홍콩계
투자자로부터 환율전망을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아직까지는
환율급락을 의외로 받아들이면서 예의주시하는 정도이나 매도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율지점장도 "외국인 가운데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는
이들이 연말 환율을 1천3백~1천4백원 정도로 봤었는데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매수의욕이 줄어들고 매도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환율하락이 추세적인 것이냐는 대목.

추세적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현재의 환율에서도 외국인의
왕성한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대해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하락 배경은
산업계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금리인하 노력에다 일본계 은행의
순조로운 외채만기 연장으로 3월위기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며
"심리적인 요소가 다분한 만큼 추세적인 하락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환율하락이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외국인의 M&A의욕을 감퇴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하락이 금리하락으로 이어져 자금흐름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환율하락이라는 악재가 금리하락이란 호재로 희석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