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떠난 실직자들은 이제 더이상남의
이목을 살피며 체면을 차리다가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래봬도 내가 왕년에"라며 안방에 눌러앉아 있다가는 식구들로부터
눈총받기 십상이다.

당장 사업자금마련이 여의치않으면 무빙비즈니스(Moving Business)를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차량이나 카트를 이용한 길거리간식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무빙비즈니스는 소위 "행상"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카트와 이동판매차량을 이용한 선진형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향도 날로 세련되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채를 입힌 체인형 차량과
놀이공원에서나 봤음직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양의 카트도 선보이고 있다.

취급메뉴도 김밥, 떡볶이, 라면같은 분식류에서 피자, 핫도그, 치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무빙비즈니스분야의 대표적인 업체로는 감람도시락, 모두와스낵카,
호동카가 꼽힌다.

감람도시락은 특별 주문 제작한 이동판매차에 도시락 판매대를 설치,
상가 시장 유원지 예비군훈련장 등 인구 밀집지역을 순회하며 각종
도시락을 팔고 있다.

이 회사는 본사측이 제조, 공급하는 완제품 도시락만을 취급한다.

주요메뉴는 각종 도시락과 우동, 자장면, 마파두부면 등 모두 15가지
이다.

감람도시락은 최근 새로운 운영전략을 도입했다.

본사에서 주문을 취합한뒤 해당지역에서 영업중인 판매차량에 무전으로
연락, 도시락을 바로 배달해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체인개설비용은 가맹비, 보증금, 이동판매차량구입비 등을 포함해
1천만원선이다.

모두와스낵카는 자장면을 전문판매하는 이동식 포장마차이다.

현재 서울지역에만 모두 2백여개의 자장면 스낵카가 영업중이며 대전,
대구 등 지방에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이 사업을 하려면 스낵카 구입비 6백만원에 조리기구를 합쳐 1천3백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자장면스낵카는 깔끔하고 위생적이어서 10~20대 젊은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호동카는 점심시간대에 직장인들에게 저렴한 도시락을 판매하는 사업.

일본의 경우 직장인을 대상으로한 도시락 판매차량을 도심에서 흔하게
볼수있으나 우리나라는 도입단계에 있다.

호동카는 1천만원미만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며 1개 2천5백원인
도시락을 하루평균 1백개를 판매할 경우 3백만원의 순익을 낼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얘기이다.

무빙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점은 창업자금이 적게 들고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옮겨다니며 영업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점포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틈새상품을 파는데도 장점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형태의 사업체를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다.

미니 승용차를 개조한 아이스크림 가게라든지 대형트럭을 개조한
간이식당, 건물출입구의 빈공간을 활용한 카트 등 어느곳을 가도 만날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빙비즈니스가 정착하기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법적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없을 경우 단속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대량실업시대를 맞아 당장 실직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지금 생존권보장차원에서라도 무빙비즈니스를 특별한 조건없이 양성화해줄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대신 특별히 위생관리가 필요한 업종의 경우 위생처리시설에 대한
규정도 만들고 판매품목에 대한 사후 서비스보장제도 및 소비자보호법의
적용, 이동점포차량의 외관에 대한 규제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창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