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리인하를 위한 협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소식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살인적인 고금리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금리인하에 앞서 환율안정기조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는
IMF의 입장이 워낙 완강했기 때문에 앞으로 IMF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하겠다.

올들어 처음으로 지난 16일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로 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환율안정을 낙관할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환율안정세의 정착여부와는 관계없이 금리인하를 추진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매우 다급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다.

우리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높아 지금처럼 20%대를 크게 웃도는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업부도 실업증가를 심화시켜 실물경제기반까지 붕괴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부도가 계속되면 부실채권이 늘어나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금융불안이 재연될 수 있으며 외국인투자자의 불안심리 때문에 국내외
금리격차에도 불구하고 외자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환율동향을 봐가며 이달중에 한은의 환매조건부 채권(RP)
금리를 현재의 24%대에서 20%대 초반까지 하락시킴으로써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회사채금리를 10%대 후반으로 끌어내린다는 정부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이같은 금리인하계획이 성공하려면 경상수지흑자 지속 및 외자유입과
함께 보다 유리한 조건의 신규 외화차입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투자부적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관건이다.

다행히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는 최근의 단기외채
만기연장 이외에도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인 M&A 허용 및 토지시장 개방 등
우리정부의 개혁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몇달안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개혁단행 및 수출증대를
과감히 추진함으로써 금리인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하겠다.

특히 금융기관의 단기외채가 대부분 만기연장됐고 무역수지가 4개월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자본재와 원자재수입이 격감해 달러결제수요도
많지 않은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시기다.

만약 이번 기회에 금리인하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올연말까지 기업부도와
대량의 실업발생으로 인한 경제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기업외채의 상환 및 만기연장이 어려워지는데다
국내주식.채권에 투자된 4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앞으로 당분간은 1천5백억달러가 넘는 외채원리금의 상환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갚을 길은 수출확대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과 수출을 책임질 산업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금리인하는
단기간안에 외채위기를 극복하느냐 못하느냐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