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조정 태풍이 몰아치면서 국내에도 한 기업에서 1천명 이상이 한꺼번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천단위 대량감원시대"가 도래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94년 포항제철에서 2천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이 유일한 천단위 대량감원 사례이며 민간기업에서는 지난 96년 선경인더
스트리(현 SK케미칼)의 9백24명 명예퇴직이 최다 기록이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1천명 이상을 감원할 계획이거나 1천명
이상 감원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있는 기업은 현대전자 현대자동차써비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다.

지난 10일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현대전자는 이번 명퇴에서 전체
직원 2만명의 15~20%인 3천~4천명이 명예퇴직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말서를 쓴 적이 있거나 고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이번에 퇴직하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또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이미 올해 사업실적 1백%를 달성하더라도 3천6백명
의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노조에 통보해놓고 있어 천단위 감원을 예고
하고 있으며 2000년까지 5천명을 감원키로 한 현대자동차는 국제통화기금
(IMF)체제 돌입에 따라 감원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직원수가 5만8천명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1천명 규모의 "우대퇴직"을
실시키로 하고 이달말까지 자원자를 받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지난 14일까지 명예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2백여명이 신청,
이중 1백명 가량을 이미 퇴직시켰으며 명예퇴직, 신입사원 채용억제, 승무원
자연감소 등을 통해 1천명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무급휴직제를 가장 먼저 실시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직원 8천명중
1천3백명가량을 잉여인력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1년 장기무급휴직
신청을 받아 현재 5백여명을 휴직 조치했으며 정리해고도 고려중이다.

이밖에도 1천명에 이르지는 않지만 이달초 SK증권에서 2백70명이 명예퇴직
했으며 LG산전과 LG-EDS가 각각 70명, 2백20명을 감원하는 등 상당수 대기업
들이 대량감원을 했거나 할 계획이다.

한양대 김재원 교수는 "이같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량 감원이 계속될
경우 올해 실업자 수는 정부 전망치인 1백50만명은 물론 최악의 예상치인
2백만명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 최완수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