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채권 매입 강도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일단
관망세에 들어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17일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을 웃도는
거래)를 나타낸후 18일에도 소극적인 매매양상을 보였다.

17일의 경우 외국인들이 사들인 채권액은 1백78억4천만원어치로 토요일을
제외할 경우 1개월만에 가장 적은 매수규모였다.

반면 이들이 내다판 채권은 5백90억3천만원어치에 이르러
4백11억9천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초께만해도 외국인들이 5백억원어치 이상의 채권을 가볍게 순매수
해온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외국인의 태도가 달라진 원인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환율"을 지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0일(달러당 1천5백80원)을 전후해 하향 조짐을
보인 것을 "신호탄"으로 관망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의 정은수 채권영업팀차장은 "요즘 외국인들은 환리스크를
이유로 내세우며 채권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이자 외국인 입장에선 선물환시장의 헤지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의 헤지비용은 보름전만해도 연 7~8% 정도 였으나 현재는
13%이상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채권 금리를 연 20%로 잡아도 헤지비용을 빼면 외국인은
연 7% 정도의 수익밖에 얻을 수 없다.

연 7% 정도는 미국 국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다.

신용등급이 처지는 한국채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외국인의 채권매입 강도약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감독원의 최순권 외국인투자관리과장은 "외국인 매입이 다시
활발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현재 외국인의 채권보유 규모는 산금채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채권
상장총액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의 경우 외국인 선호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20%를 넘는 점에
미뤄볼때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잠재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