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가 결국 부도를 냈다.

경영이 어렵다는게 오래전부터 알려졌던 만큼 미도파부도가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작년에 그 말썽많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았던 미도파의 부도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대기업의 부도처리를 누가 어떻게 결정해야하는지
새삼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박태준 자민련총재가 협조융자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고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인 모건 스탠리는 한국의 대기업부도가 일시적으로
정지됐으나 2.4분기부터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부도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묵은 부실여신에다 대기업부도를 막기위한 최근 몇달간의 부담이
겹쳐 금융기관중에서도 생명보험 투신사등의 부도가 6~18개월안에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바로 이런 여건을 감안한다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적잖을 대형부도처리를
결정할 주체와 그 판단의 잣대는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출은 그것이 특정은행의 단독융자이건 여러 은행의 협조융자이건 간에
은행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는데는 기본적으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않았다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래서
자원배분의 왜곡이 빚어지는등 숱한 문제를 결과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현행 협조융자에대한 비판도 그런 시각에서 제기된다.

은행의 상업적 판단보다는 관의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듯한 감이 짙은
협조융자가 적지않다고 볼때 구시대의 관치금융이 여전히 되풀이 되고있다는
비난이 나도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게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협조융자는 그 나름대로 불가피성이 없지않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외채협상에서 더욱 우리 입장을 악화시킬게 분명한 새로운 대기업부도를
피하기위한 노력, 원유등 안정적인 원자재확보를 위해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던 임시조치등은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협조융자문제는 전적으로 은행에 맡겨야할 성질의
것이라고 본다.

대형 프로젝트에대한 여러 은행의 공동대출, 곧 신디케이션의 구성은
보편적인 금융관행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여러 은행 공동대출이라는 형식때문에 협조융자를
일률적으로 악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자금사정 대출한도등을 감안, 거래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결코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관치이지 대출형식이 아니다.

단독은행 대출이면 관치가 아니라는 논리도 성립되지 않는다.

해묵은 관치금융의 문제는 우선 정치권과 은행 모두 의식이 달라져야
해결할 수 있다.

경제상황이 어렵고 대출책임의 문제가 바로 제기될 절박한 여건일때나
정부관계자들이 금융자율을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해결책이
아니다.

정말 은행대출에 간여않겠다는 반성이 있다면 은행소유및 지배구조를
개선, 주인있는 은행이 되도록 해야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