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이대성 전해외조사실장이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해외
정보요원의 정보보고사항을 국민회의 정대철 부총재에게 유출시킨 배경을
놓고 정치권의 추측이 분분하다.

정가에서는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안기부내 북풍공작팀의 조직적인 역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최모 전의원을 통해 당시 김대중 후보측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에대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여야 정치권 모두가
북풍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흘려 안기부내 북풍주도세력이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려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문건 내용에는 안기부 2차장 산하의 해외조사실 업무뿐만 아니라
3차장 소관업무인 북한 식량문제가 포함돼 있는 것도 조직적인 역공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3차장 관할부서 직원의 도움없이는 이같은 내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정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풍수사가 안기부내 고위층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조직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북풍주도세력들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제외돼
있지만 정치권에 더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정보보고 문건도 확보하고 있다는 루머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하직원들이 구속되면서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이전실장이 개인적인 구명운동 차원에서 문건을 건네
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 몰고올 파장을 고려하면 개인적인 판단만으로는 문건을
유출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함께 정대철 부총재가 언론에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문건내용이 여당은 물론 김대통령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정부총재가 북풍정국의 중심역할을 하고 싶었거나
정치적으로 경쟁관계인 이종찬 안기부장의 입지를 축소시키려 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정치권과 청와대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등
북풍파문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남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