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대천실업 전문/경제학 박사>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최근 개최한 IMF 개업 세미나에서 토론된
내용은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은 총탄 퍼붓는 참호속 전쟁"이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경기불황,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의 복합위기(Mixed Crisis)가
아직도 안정될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외국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사상최대의 부도율과 하루 1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하여 금년에
1백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노동부의 예상을 보면서 몹시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또한 두자릿수의 물가,마이너스 성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금융위기는 그동안 1~2개 은행을 처분하고 부실 종금사 폐업등으로 마무리
되는듯 하나 은행의 경우 그 결과가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IMF의 고금리 유지책으로 그 반사이익을 금융기관이 보고있는 듯
하다.

은행들의 업무이익이 금년들어 무려 1천억원이상이며 금년말까지 1조원에
달할 것 같다.

이는 고금리로 인해 예대마진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각종 수수료율을
인상시킨 때문이다.

예대마진은 IMF이전에는 3~4%였으나 지금은 5~6%에 달하고 있다.

또한 고금리 금융상품을 각 은행들이 앞다투어 내놓음으로써 신탁예금
정기예금등 기존상품을 중도해약하고 고금리 신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크게
확대되어 예대마진 폭은 커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환 수수료율이 환전금액의 4.5~6% 였던것이 무역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4%선으로 인하되기는 하였으나 대만 0.2%, 미국 0.4%, 일본의 0.7%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이다.

이 또한 수출채산성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율의 외환수수료로 말미암아 수출대금을 원화로 유입치 않고
외화계좌에 퇴장(Hoarding)시키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높아진것이
괄목할만하다.

실제로 96년말 현재 거주자 외환예금은 14억9천만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3월 중순 현재 63억달러로 급증해 결국 외환위기를 조기에 해소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97년말 현재 우리 국민들의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
16년만에 4.4%의 감소세를 나타내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금융.외환
위기 초래의 장본인인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반사이익을 마구잡이로 조성하는
것은 적반하장격이 아닌가 한다.

금융기관도 기업및 노동자와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복합위기에 대한 조기 해소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대량실업 시대에 즈음해 그 충격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추진중인
공공사업의 조기집행, 공기업의 투자사업 대폭 확대, 흑자부도를 막기위한
기업도산 방지법제정, 실업자들의 생계지원 범위를 확대하기위한 예산증액,
재취업을 위한 교육훈련, IMF가 용인한 범위내에서 공공사업 적극 확대하는
식의 미국식 뉴딜정책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은 가급적 축소토록하고 예금의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식 2중금리제 실시도 검토해볼만 하다.

이는 IMF와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외환수수료율은 시급히 인하해 외환사정의
불안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넷째 IMF가 환율안정이후에 고금리를 내리자고 하고 있으나 이는 순서가
바뀐것 같다.

천정부지의 금리로서는 한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흑자기업까지도 대량
도산될수 밖에 없다.

기업과 산업이 붕괴된뒤 환율 안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IMF측의 현명한 판단으로 조속한 금리인하가 시행되기를 바란다.

상식이상의 고금리로 투기성 자금 유입이 판을 칠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IMF 고금리 유지 이유가 외국자본유치라면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시
재경부에서 건별로 신고를 받아 국내금리는 인하하더라도 외국인 투자분에
차등금리로 혜택을 주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상의 몇가지 제안을 조속하고도 강력하게 추진하면 복합위기의 긴 터널의
끝을 볼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