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다는 일자리가 중요하다"

일본식 임금협상방식인 춘투의 목표가 임금인상에서 고용안정으로 급선회
하고 있다.

올 춘투의 임금인상률은 사상 최저수준에 머무를 것이 확실시된다.

노조측은 임금인상을 위해 종전처럼 붉은 머리띠를 메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대신 고용안정을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버블붕괴와 경기침체에 따른 감량경영에 맞서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춘투의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사상최고수준의 완전실업률로 인한 고용빅뱅대책이 춘투의 최대과제로
부상했다.

NTT(일본전신전화)는 19일 임금협상을 갖고 올해 임금을 평균 월 9천1백엔
올리기로 했다.

이같은 인상액은 지난해보다 8백엔(2.5%) 줄어든 것이다.

춘투가 시작된 이후 최저수준이다.

금속노협(IMF.JC)소속 전기 자동차 철강 조선중기업계는 올 임금을 평균
2.7%정도 올리기로 했다.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업계는 3년만에 전년도 인상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타결했다.

전체 주요기업의 임금인상률도 지금까지 최저였던 지난 95년 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보다 5백엔 작은 8천9백엔을 인상하기로 했다.

98년3월 결산때 경상흑자가 6천5백억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인상액을 낮춘 것이다.

임금인상의 견인차역할을 떠맡기를 거절한 것으로 도요타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사상최고이익을 낸 혼다를 비롯 닛산자동차 등이 인상을 최대한 억제
하고 말았다.

금속노협측은 "이번 인상으로는 실질임금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며 임금
교섭에서 사실상 패배했음을 시인했다.

도쿄전력 등 9개 전력회사도 올 임금(30세, 근속 12년기준)을 6천7백~7천엔
(정기승급분 포함) 인상키로 했다.

이같은 인상률(2.4~2.5%)은 과거 최저였던 지난해 수준을 밑도는 것이다.

금속업계는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경영 및 고용안정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 실시키로 했다.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임금인상교섭을 격년제로 갖기로 했다.

자동차총연과 조선중기노련은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시간단축을 요구했다.

자동차총연은 2000년까지 연간 법정노동시간인 8천시간대 달성을, 조선
노련은 하루 15분 시간단축을 각각 요구했다.

결국 종신고용 연공서열 기업내조합 등 일본식 경영을 기초로 해온 춘투의
흐름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대형금융기관의 연쇄도산 등으로 인한 고용빅뱅시대를 맞으면서 춘투의
기능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