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이동하는 차속에서 "토막잠"을 자야할 정도로 벅찬 김대중
대통령 업무일정 속도조절에 나섰다.

우선 20일이후 대통령의 정부부처 업무보고 일정부터 전면 수정했다.

20일 행정자치부와 23일 문화관광부등 2개 부처를 제외한 10개기관 보고를
모두 연기시켰다.

하루 2~3개 부서를 순시하던 빡빡한 스케줄도 1개 부서씩으로 대체됐다.

이에따라 3월말로 잡혔던 정보통신.농림.보건복지.환경.과학기술.건설교통.
해상수산부와 기획예산위원회 보고는 4월로 늦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ASEM(아시아유럽회의) 참석후 정부부처 현안보고 일정을
감안하면 이들 8개기관 업무보고는 4월 중순께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부처업무보고 일정연기는 대통령취임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인 ASEM 준비에 충실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ASEM을 유럽국가의 투자유치와 경제협력을 유도하는 기회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며 이를위한 "구상"에 시간을 할애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또 지난 연말 대선이후 단하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과부하에 걸린 대통령의 일정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외빈 18개팀을 20~30분 간격으로
접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강행군을 해왔다.

주1회 열리는 국무회의와 경제대책조정회의도 직접 주재했다.

총리서리 재경부장관 국민회의당직자 박태준 자민련총재 등 주례보고일정도
요일별로 빠짐없이 채워졌다.

여기에 정부부처 업무보고와 각군사관학교 졸업식 등이 겹쳐 숨돌릴 틈없는
일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부처 보고일정을 4월중으로 연기해도 결코 여유있는
일정이 될순 없을 것같다"고 말했다.

실업대책 등 경제현안이 산적한데다 지방순시 일정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국정을 일일이 챙기는 스타일이라 자칫 "과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일정을 한 템포 늦추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수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