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촉이 갈수록 가늘어지고 있다.

1mm나 0.7mm짜리는 유물이 되다시피 했으며 0.5mm짜리도 뒷전으로 나앉기
직전이다.

국내 필기구 업체들은 최근 0.4mm짜리 볼펜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며
0.3mm와 0.2mm짜리도 개발중이다.

국내업체중 가장 먼저 0.4mm짜리 볼펜을 선보인 업체는 동아연필.

지난 96년 서울국제문구전시회에 "마이겔"브랜드로 첫선을 보였다.

이어 문화연필이 지난해 가을 개발, "이젤"브랜드로 출시했다.

그 한달뒤 모나미와 마이크로도 각각 "젤라인"과 "슈퍼줄루"브랜드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기술경쟁을 벌이게 된 것은 한글의 특성상 볼펜 촉이 가늘수록
글씨가 깨끗하게 써지기 때문.

필기거리가 늘어난다는 것도 경쟁을 촉발했다.

예를들어 0.4mm볼펜은 0.5mm짜리보다 필기거리가 20%이상 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기구업체들이 볼펜 촉기술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일본 파이롯트사로부터 자극을 받은 후"라고 설명했다.

파이롯트가 지난 96년 우리나라에 처음 수출한 0.4mm와 0.3mm짜리 제품이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그동안 한계로 여겨져온 0.1mm짜리 제품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가장 가늘게 써지는 필기구는 0.1mm짜리지만
파이프를 통해 잉크가 나오는 방식으로 볼펜은 아니다.

<김용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