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결산 상장사들이 악화된 경영환경을 반영,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20일 증권거래소는 12월 결산법인 6백12개사중 관리종목 신규상장사 결산기
변경사를 제외한 5백10개사의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모두
4조5천5백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96년 결산에서 3조8천1백5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상장사들의 실적이
이처럼 대규모 적자로 추락한 것은 국내경기가 하락세를 보인데다 고금리로
인해 금융비용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손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요 원인의 하나로 분석
된다.

특히 26개 은행들이 3조8천3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상장사들의
실적악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은행업계는 지난해 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잇따르면서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게돼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은행업계는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 평가손을 1백% 반영했다면
7조9천6백14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을 제외하더라도 상장사들은 7천2백29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4백41조2천7백43억원에 달해 96년보다 19.5% 증가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외형증가세는 계속된 셈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환차손등으로 손익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은행이 1조6천1백억원으로 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1백56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LG반도체 조흥은행 한일은행 아남산업 현대전자산업 극동건설 등 96년
흑자를 냈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상장기업도 1백9개사에 달했다.

반면 흑자로 돌아선 곳은 42개사에 불과했다.

오비맥주가 전년 9백64억원의 적자에서 7백6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호남식품 삼영모방 한국유리 현대미포조선 한화종합화학 등도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이 1천억원을 넘는 상장사는 모두 포항제철 한국전력 삼성전자
SK텔레콤 주택은행 국민은행 삼성전관 등 7개사였다.

<김홍열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