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용장은 넘치는데 무역금융을 쓸 수 없어 오더를 대만업체에 뺏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밤잠이 오지 않습니다"

경북 영천에서 위성수신기를 만들어 전량 수출하는 무림전자통신(대표
홍순신).

자본금 11억원으로 지난해 7월 설립된 이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동안 2백50만달러를 수출할 정도로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유망기업.

그러나 수출 경력 1년이하의 업체에게 제공되는 무역금융을 2억원으로
한정한 은행의 내규로 결제자금의 네고를 할 수 없고 수출주문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어려움은 국내산업의 총체적인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부품의 90%가 국산화된 상태에 있지만 이를 생산하는 국내대기업에 발주할
경우 2~3개월전에 선금을 주고 받아와야 한다.

자금이 딸리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수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결국 이 회사는 수출물량중 일부를 대기업인 D사를 통한 로컬수출로 전환
했지만 은행들은 D사의 L/C도 규정상 네고가 안되니 차라리 어음을 받아
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현재 월 4백만달러까지 수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이미 2천만
달러의 주문까지 받아둔 상태입니다.

또 연말까지 5천만달러 수출도 가능한데 은행들이 담보가 없으면 무역금융
한도를 절대로 늘려줄 수 없다고 하니 이일을 어떻게 합니까"

영업사원들간에는 자신의 바이어에게 먼저 제품을 줘야한다며 싸움이 날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결국 홍사장은 이 은행 저 은행을 전전하며 2억~4억원씩의 자금을 모아
간신히 수출용 원자재 수입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영업도 이미
포기한 상태다.

홍사장은 원화하락으로 수출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나 과거 수출실적과
담보만을 따져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는 은행들의 이같은 관행이 빨리
사라지지 않는 한 수출대국은 요원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