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할인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종합금융사의 CP 할인잔액은 3월 현재 56조원규모로
지난해 9월의 85조4천억원에 비해 30조원 이상 줄었다.

이에반해 증권사의 CP 할인은 2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말 13조6천억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CP할인 업무에 착수한 증권사들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CP 할인총액은 97년 8월말 2조원, 12월말 13조6천억원, 98년
2월말 24조3천억원 등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증권사들의 CP할인잔액은 꾸준히 늘어나
종금사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의 CP취급 범위가 지난 2월초부터 신용평가 B급이상 기업과
어음금액 1억원이상으로 확대된 까닭이다.

또 내년 6월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종금사들은 CP할인 업무의 보수적인 운용이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최근들어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업심사팀을
새로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CP업무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동양종합금융 관계자는 "기업어음을 할인해 투신사나 은행 신탁계정 등에
판매하는 CP 중계시장은 현재 증권사가 거의 장악한 상태"라며 "앞으로 CP
시장은 기업여신의 한 분야로 CP를 다루는 종금사와 단순 중계성격의 증권사
가 양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도 종금사의 경우 56조원의 CP 할인잔액중 38조원을 매출하고 18조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증권사는 할인과 매출의 차액이 6천여억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와함께 종금사의 CP 할인 규모의 급격한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CP 업무가 그룹계열사나 신용이 우수한 기업의 어음에 한정돼
있는 만큼 종금사들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CP 업무를 특화할 경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이같은 CP시장의 변화 움직임은 기업자금
조달의 커다란 축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수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