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그동안 고금리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까"

20일 열린 금융학회 춘계심포지엄 방청석에서 이런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질문보다는 비난에 가까웠다.

한 방청인은 "고금리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왜 외국에서 먼저 나오느냐"며
전문가의 게으름을 따졌다.

방청석 불만은 이날 토론회만 봐도 수긍이 간다.

고금리문제를 짚어보자는 이날 심포지엄조차도 준비안된 발언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종합토론 발제와 사회를 맡은 윤원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준비를
못했다"며 "총체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등 엉뚱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놨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원태 한국은행이사는 난감한 듯 통화정책 등 전공을
살려 어렵게 얘기를 끌어갔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위성복 조흥은행전무 선우석호 홍익대교수 등도
앞사람과 핀트가 맞지 않는 주장만 계속했다.

학회가 준비했다는 토론회치고는 너무 엉성했다.

그들은 "네탓" 타령에도 익숙했다.

한 학계인사는 감독기관의 무성의를 따졌다.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은감원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구하지 못했다"

한 연구소장은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을 할 능력이 있느냐" "정부가 확실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은행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은행임원은 "우리는 한번도 자율을 누리지 못했다"고 방어했다.

학계에 몸담다 금감위로 간 윤부위원장의 답변이 궁금하다.

그는 "자기분야는 어렵다고 한다"고 모두를 질책했다.

공평한 듯했다.

그러나 그도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협조융자를 하라고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새정부는 그런 지시한적 없다"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쨌든 다행스런 것은 참석자들이 고금리문제같은 현안이 안풀리는 이유
만큼은 확실히 알게 됐다는 거다.

허귀식 < 경제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