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금융기관들의 동아시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태국 일본 한국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거나 금융시장 빅뱅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이 주된 공략 대상이다.

얼라이언스캐피털, GE캐피털 등 비은행계 금융기관은 물론 드레스너은행
자딘플레밍 등 은행과 증권사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 지역에서 싼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어
바겐 헌팅(저가 매수) 찬스인데다 시장개방 등으로 외국금융기관의 활동
영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점을 노리고있다.

우선 2천7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세계 투자신탁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
을 갖고 있는 얼라이언스 캐피털(미국)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투신 지분 20%를 인수해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말에는 홍콩의 부동산 업체인 성홍프로퍼티(SHP)와 금융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얼라이언스캐피털은 일본과 태국에도 합작형태의 금융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2~3개 현지금융기관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2천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GE캐피털(미국) 역시 아시아 시장
공략의 최선봉에 서 있다.

GE그룹의 자회사인 이회사는 한국에서는 신도리코와의 합작사 설립이 무산
됐지만 일본과 태국에 잇달아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자동차 할부금융사인 GS캐피털 지분 1백%와 아시아 금융공사
지분 49%를 인수했다.

또 일본자본과 합작으로 토호(TOHO)보험사를 설립했다.

여기에다 신용카드 회사를 인수하는등 진출업종도 늘려가고 있다.

독일 2위의 은행인 드레스너 은행의 진출도 눈여겨 볼만하다.

드레스너는 21일 메이지생명보험과 공동으로 일본에 투자신탁회사를 설립
한다고 발표했다.

각각의 자회사인 메이지투신과 드레스너RCM을 합병하는 형태로 상반기중에
투신운용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런 형태의 합작은 일본에서는 첫 사례다.

영국계인 자딘플레밍사도 일본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에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마루베니 후지은행
야스다신탁 등 일본의 11개 금융기관및 일반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신탁
판매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4월중 회사를 설립하고 6월중에는 영업에 착수한다는 일정표
까지 밝혔다.

물론 이들의 아시아 지역 진출전략이 주로 합작에 의존해 있는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아시아 금융기관들과 합작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 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20일자 이코노미스트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얼라이언스캐피털의 존 그룸 국제담당 수석부사장은 "저렴한 비용
으로 세계 각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합작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합작을 통한 동아시아 진출을 오히려 확대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개리 웬트 GE캐피털 회장 역시 "아시아 시장은 미국 이상으로 유망한 성장
시장"이라고 낙관론을 펴고있다.

< 박수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