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이 무척 어렵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있는 일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12월말 결산 5백10개 상장회사의 작년중 적자규모가
4조5천5백억원에 달한다는 증권거래소분석은 충격적인 뉴스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가장 형편이 좋은 "우량"기업들이
상장회사라고 보면 "4조5천5백억원"의 의미는 되새기고 또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들 상장사들이 되살아나지 못하는한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 4조5천5백억원 적자는 실제보다 엄청나게 적게 분식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은행들의 적자가 결산서에는 3조8천억원으로 나와있지만 유가증권평가손및
대손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적자규모가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또 OB 등 명목상 흑자를 낸 업체들도 영업에서 이익을 낸 것이 아니고
영업권 부동산 등 자산처분에 따른 특별이익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적자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96년중 12월말 결산 상장회사들이 기록한 3조8천억원의 흑자도 수익성이
낙제점이었다는 평가였고보면 97년 기업경영의 평점은 새삼 따질 것도 없다.

그 1차적인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것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외형성장위주의 경영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면이 있다.

1백원어치를 팔면 금리지급이 6원이고 당기순이익은 0.5원꼴이었던
기업경영, 그것은 수익성있는 내실위주의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던게
사실이다.

작년중 전체 국내기업들의 매출액에서 금리가 점하는 비중이 얼마나
됐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11월이후 금리가 배로 치솟았기 때문에 그 비중이 늘어났을 것은 분명하고,
그래서 12월결산법인의 결산실적이 급격히 나빠졌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올해는 문제가 더욱 심각할게 자명하다.

현재의 고금리가 1년내내 계속될 경우 과연 기업들이 견딜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제조업 평균부채비율이 3백%이상인 차입경영체제로 20%이상의 금리를 물고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것인지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들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나야할 것은 당연하다.

수익성없는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업만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토지와 비업무용자산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허용하는 등 기업재무구조개선및
차입여력증대를 뒷받침하려는 정부당국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금리다.

이대로 가다간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기업인들
사이에 팽배해있다.

기업과 기업인들도 정말 잘못한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기업을 지원해야 할 때다.

병든 닭을 살려야 달걀을 낳을 수 있다는걸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