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누군가 힘들고 고단한 날들을 견뎌냈다는 것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은
물론 보통사람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준다.

헬렌 켈러, 스티븐 호킹, 영화 "나의 왼발"의 실제주인공 크리스티
브라운(1932~1972, 작가겸 화가)이 존경받는 것은 이들의 삶이 신체적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모든 사람에게
인간 의지의 무한성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딛고 대학입시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간승리의 스토리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쇼생크 탈출"이나 "도망자" "에이리언" "GI 제인"같은 영화의 인기 역시
극한상황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향한 꿈을 잃지 않는 주인공에 대한 선망과
경외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이다.

시각장애인인 김동암(43) 오현묵(28)씨 일행이 히말라야 등반에 성공했다고
한다.

실직자살이라는 안타깝고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던 요즘 모처럼 전해진
기분좋은 뉴스다.

김씨는 서른여덟살때 시력을 잃은 후천적 장애인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어 등반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오씨는 포항공대 2학년때 시력을 상실했으나 2년전부터 점자를 배워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는 보도다.

어려움은 여전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여건도 조만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것도 볼수 없는 상태에서 정상인도 오르기 힘든 해발
6천1백60m의 히말라야 정상을 정복한 이들의 신념과 의지는 1백여만명의
장애인, 8만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나도 할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을 것임에 틀림없다.

험난한 세월이다.

실직 또한 장애 못지 않게 견디기 어려운 상황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분명히 변한다.

제아무리 절망적인 상황도 자신에 대한 믿음과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각오앞에 극복된다는 걸 입증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신념은 기적을 낳고 훈련은 천재를 만든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이
새삼 크게 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