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종합금융의 유상증자 실패로 종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증자를 추진중인 종금사들이 특히 그렇다.

살아남기 위해선 증자가 불가피한데 주주들이 따라줄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일부 종금사의 경우 증자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자를 계획중인 금융기관은 종금사만이 아니다.

지방은행을 비롯해 많은 은행들이 증자를 추진중이다.

든든한 대주주를 가지지못한 은행들은 증자성공을 장담할수 없다.

은행 자회사로 구성된 리스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결정이 리스사 정리 모델이 되지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은 계열 리스사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경우 자체
생존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일종금 최대주주인 신한은행이 출자를 포기한 이유는 명백하다.

부실채권 부담이 클뿐 아니라 종금업종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록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면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상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3월말 4%,
6월말 6%, 98년 6월말 8%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현재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어 대규모 실권주 발생이 불가피하고 이를
대주주들이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종금사들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종금사들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6월말까지 1백억원에서 최고
5천4백억원까지 증자 계획을 내놨다.

증자에 성공한 LG종금 금호종금 나라종금 등을 제외하더라도 영남종금
한길종금 대한종금은 당장 이달말까지 증자를 완료해야 한다.

또 한국종금 한외종금 등 나머지 종금사들도 5~6월께 대규모 증자에 착수
한다.

올 상반기중에만 줄잡아 1조5천억원 가까운 돈이 종금사들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데 쓰이는 것이다.

내년 6월까지는 추가 증자및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종금사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수
있다.

제일종금을 대주주의 증자의지나 경영정상화 측면에서 문제없는 것으로
평가했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또 살아남은 종금사의 상당수도 대주주 증자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업계에서조차 몇몇 종금사의 경우 증자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자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의 변화된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을 종금사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따라 대주주의 거래업체나 여신기업체에 증자참여를 강요하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한 무역업체는 "여신거래관계에 있는 종금사로부터 15억원
증자 참여를 요구받았다"며 "거절할 경우 만기도래한 어음을 돌리겠다고
위협해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종금사 임원도 이같은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현대 대우 LG 등 대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몇몇 종금사를 제외하곤 기존
자본금의 몇배에 달하는 증자를 마무리하기란 쉽지가 않다"며 "무리수인지
알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수없는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신한은행의 이번 결정은 자발적인 금융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앞으로 리스 투신 증권 등의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