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이 빚은 실업홍수속에서 "북풍" 홍역을 치르고 있는게 한국이라면 요즘
일본 사회의 최대 초점은 대장성과 일본은행을 강타하고 있는 직원들의
향응 스캔들이다.

산하기관,민간은행들로부터 골프초대 향응 금품뇌물을 받았다해서 검찰이
대장성국장을 구속하고 사무실을 뒤져 관련장부를 가져 갔는가 하면
일본은행도 향응을 받은 현직과장의 구속과 관련직원의 자살까지 몰고 왔다.

인상적인 것은 이번 대장성과 일본은행의 향응 스캔들이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일본사회의 엘리트가 모인 "불가침"의 성역으로 간주돼온
두 기관의 체질개혁론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된 점이다.

두 기관의 장이 인책경질됐지만 특히 일본은행의 경우 완전히 총재인선
관행의 변혁을 가져 왔다.

지금까지 총재자리는 대장성 사무차관이 낙하산식으로 기용되거나 은행
내부에서 부총재가 승진하는 교대 인사관행이 지배해 왔다.

이번 스캔들로 총재가 인책사임하자 후임은 이런 인사관행을 파기하여
외부의 민간에서 발탁했고 부총재 한 사람도 언론인을 기용했다.

보수적인 중앙은행으로선 상상도 못했던 이변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간부들이 퇴임후에도 산하기관과 민간은행의 장이나
중역자리를 계속 누리는 낙하산 인사는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어느 방송에서는 일본은행의 간부가 퇴임 후 민간신용금고 이사장이나
민간은행, 지방은행장의 자리를 차지하는 케이스가 1백46명이나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어떤가.

금융계의 "회전의자"는 구 재경원 관료출신들이 낙하산식으로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외환위기를 몰고온 최초의 원인제공자인 "한보"의 몸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이번 환란의 주요 불씨인 종금사가 무더기 허가되고 이에대한
감독이 부실하게 된 배후엔 이들로부터 거액뇌물, 금품을 받은 구재경원
간부들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특감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관리들의 업자들과의 골프장 출입을 일절 금지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김종필 총리서리가 자비로 골프치는건 무방하다고 했다.

총리인준이 논란되고 있는 JP가 다른 일도 많은데 독직에의 길을 터줄 수
있는 이런 것을 그렇게 급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것도 한국이 일본과 크게 다른 점인가.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