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다큐멘터리 아산 정주영"
이 완성돼 일반에 공개된다.

현대그룹이 사내외 교육용으로 만든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땅에 태어나서" 등 정 명예회장의 자서전을 토대로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아산 정주영"은 갤로퍼를 탄 정명예회장이 서산농장(간척지)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산농장은 "큰 농사꾼"을 갈망하던 그의 어릴 적 꿈이 담겨져 있는 곳.

서산농장은 영화 첫머리에서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배경화면으로 깔린다.

"다큐멘터리..."에는 우리나라 경제사에 한획을 그은 역사적인 장면들이
다수 들어 있다.

첫번째가 전후 최대 단일공사였던 1958년의 한강 인도교 보수 공사 완공식.

여기에서 그는 말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온다.

뒤를 잇는 화면은 "정주영공법"의 탄생장면.

서산 방조제 물막이 공사때 얘기로 그는 폐유조선에 올라가 무전기를 들고
공사를 진두지휘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할 때 국내에서 자켓(대형 철구조물)
을 만들어 바지선으로 수송했던 일, 백사장 지도 하나만 들고 배를 수주한
일 등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에피소드 역시 당시 화면과 함께 생생하게
소개된다.

서울올림픽 유치, 89년 북한 소련 중국 방문, 92년 대선 당시의 모습도
들어 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영상자료도 여러컷 나온다.

그가 훗날 실패의 쓰라림을 처음 맛본 공사라고 술회한 1953년의 고령교
공사현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측량기사 뒤에서 공사현장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화면을 채운다.

신입사원들과 어울려 씨름도 하고 소탈하게 "쨍하고 해뜰날"을 부르는
인간적인 모습도 빠뜨리지 않았다.

서산농장에서 논밭을 둘러보고 갓난 송아지를 살피는 최근의 모습은 그래서
감명 깊다.

이춘림 현대그룹고문 등 어렵고도 즐거웠던 시기를 함께 했던 인물들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인간됨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이다.

계동 사옥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던 정명예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본다.

그는 또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정 명예회장 다큐멘터리는 전문업체인 리스프로가 제작을 맡았다.

리스프로는 1년이 넘는 제작기간동안 자료수집과 해외취재를 거쳤으며 정
명예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근황을 촬영했다.

러닝타임은 1백17분.

< 김정호.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