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춤.

94년 초연당시 "볼거리 풍부한 역작"으로 호평받은 국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의 "해적"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4월4~11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될 "해적"은 프랑스태생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영국 낭만시인 바이런의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4년전 국내 첫공연땐 윤병철 하나은행회장등 사회저명인사들을 단역으로
출연시켜 관심을 끌었던 반면 이번 공연에선 이원국, 김지영 등 스타급
무용수들을 내세워 작품자체의 완성도로 승부를 건다.

이 작품은 악덕부호에게 납치된 그리스 소녀 메도라와 귈나라를 해적
콘라드와 알리가 구출하는 줄거리로 돼있다.

메도라와 콘라드가 부부로 설정된 원작과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바이런의 시에선 콘라드가 악덕상인의 첩인 귈나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찾아간다.

메도라는 남편이 사형당한줄 알고 자살하고 이에 절망한 콘라드가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발레에선 이같은 비극적 결말대신 콘라드와 메도라, 콘라드의 충복 알리와
귈나라가 사랑을 맺으며 막이 내린다.

"해적"은 폭풍우 장면으로 시작되는 서막, 이국적인 지중해 해변과
북적대는 노예시장, 바다가 보이는 동굴에서 펼쳐지는 해적들의 장쾌한 춤,
꽃이 만발한 하렘에서의 화려한 군무 등이 연이어 펼쳐져 "대작"다운
스케일을 보여준다.

특히 콘라드, 메도라, 알리가 추는 "3인무"는 이 작품중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세 무용수의 고난도 연기를 감상할수 있다.

여자주역인 메도라역은 97무용예술상 최고무용수상을 수상한 김지영,
모스크바 발레학교를 졸업한 신입단원 김주원이 번갈아 맡는다.

남자주역으론 키프로발레단에 객원주역으로 초청받아 기량을 인정받았던
이원국, 97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동상을 수상한 김용걸이 열연한다.

이밖에 중견무용수 최세영, 최경은을 비롯한 50명의 발레단원, 객원무용수,
국립극장 문화학교 발레반원 등 1백47명이 호흡을 맞춘다.

음악은 코리아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박은성 한양대교수)가 맡았다.

국립발레단은 청소년관객을 위해 학생권(3천원)을 별도 마련하고 "함께
공연보기 문화"를 권장하기 위해 20명이상 단체에게 30% 할인 혜택을 준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일 오후4시.

4월4, 6, 7, 9.11일 김지영(메도라) 김용걸(콘라드) 이원국(알리)출연.

4월5, 8, 10일 김주원 이원국 김창기 출연.

문의 274-1151.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