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의 일환으로 1천2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제일종합금융이 증자에 실패함에따라 앞으로 한달동안 영업을 중단한뒤
폐쇄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느낌이 든다.

인가취소 위기에 몰린 종금사들이 우선 당장 살아남기 위해 너도나도
앞다퉈 제출했던 거액의 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계획이 처음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우선 제일종금의 증자실패 및 업무정지로 종금업계는 또한번의 신뢰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종금사정리가 시작된 지난 12월초부터 우리는 부실종금사의 조속한 정리와
함께 객관적인 평가기준 공개를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관계당국은 작년 12월초의 1차 폐쇄조치 때는 물론이고 지난 2월말 2차
폐쇄조치를 발표했을 때에도 선정기준과 회사별 평가결과 및 경영개선조치
요구내용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비록 재경원은 자본적정성 유동성 사업계획타당성 법규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의 형평성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제일종금은 불법 기업어음(CP)판매가 적발됐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원화자금 1천43억원, 외화자금 6천9백만달러를 각각 지원받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지만 그동안 정상영업을 해왔고 지난 2월말의 경영평가 때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됐다.

따라서 재정경제원과 경평위는 경영평가작업의 신뢰성 자체가 의심받게
된 이번 사태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다른 종금사들의 자구노력 이행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또한번의 금융불안이 우려된다.

종금사들은 이달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4%, 오는 6월까지
6%, 내년 6월까지 8%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추가로 인가취소된다.

이때문에 합병계획을 세운 삼양종금을 제외하고 폐쇄조치를 면한 17개
종금사가 내년 6월말까지 증자해야할 금액은 납입자본금의 4.7배인
3조3천1백65억원에 이른다.

이달말까지 후순위채 3천1백30억원을 포함해 1조5천1백85억원을 증자해야
하며 이어서 6월말까지 후순위채 1천4백30억원을 포함해 8천5백80억원을,
내년 6월말까지 다시 후순위채 1천3백억원을 포함해 9천4백억원을 순차적으로
증자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종금업계가 이같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차질없이 증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대주주의 증자참여 여부에 따라 폐쇄 종금사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제일종금의 증자실패는 일본경제의 침체로 대주주인 재일교포들의
재정형편이 악화된 탓도 있지만 부실채권 누적과 함께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았던 종금사의 향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더 큰 이유였다.

구주주 실권율이 99.97%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따라서 재경원은 유상증자 후순위채발행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과의
합병 등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종금사 정상화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