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잠실 반포 화곡등 서울시내 5곳의 저밀도지구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기본계획을 확정, 이번주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안은 18개 민간 건축사무소가 제출한 설계안을 토대로 하여 마련된
것으로 조만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중 최종
개발기본계획을 수립, 공고하게 된다.

이번에 발표될 계획안은 저밀도 지구내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용적률
층고 단지배치 등 설계의 기본 골격이 되는 것으로 앞으로 서울시의
재건축사업 정책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가 이번 재건축계획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IMF사태이후
건설경기와 주택시장의 상황이 크게 악화됐는데도 서울시가 말썽많은
재건축기준을 거의 손질하지 않은채 사업시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시는 당초 일정보다 6개월~1년가량 앞당겨 이들 저밀도지구에
대한 재건축사업을 오는 2003년까지 마무리짓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아마도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과 인력시장확대라는 정책적 판단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원해결 차원에서 이처럼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IMF사태이후 건설 주택시장의 여건이 크게 달라졌음에 주목하면서
다시한번 재건축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한다.

지금은 이미 벌여놓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조차도 부동산시장의 한파와
금융위기로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체의 부도로 여기저기서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가 하면 금융기관의
대출이 막혀 이주비도 지급하지 못한채 철거만 해놓고 그대로 방치된
현장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년 상반기부터 이들 5개 지구에서 대규모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본격화 된다면 그 부작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들 지구의 80% 이상이 소형아파트인데 거의 동시에 재건축이 추진되면
전.월세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교통난과 주거환경의 악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5만가구가 넘는 지은지 20년 안팎의 멀쩡한 집들을
부수고 천문학적인 건축비를 들여 새집을 짓는다는 것이 이 어려운 내핍의
시대에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노후 불량주택을 개량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적인 추세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주거수준향상 못지않게 주변환경이나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도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재개발사업도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는 판에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은 경제가
가장 어려운 이 시점에서 꼭 추진해야할만큼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재건축은 공공시설이 부족하고 재해위험이 있는 지역에서 실시되는
재개발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주안으로 나올 서울시의 저밀도지구 아파트 재건축 기본계획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고 도시기능과 주거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