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원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새정부가 떠안은 과제중 경부고속철도와 같은 대형국책사업의 처리문제가
현명한 결단을 요구하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무책임한 집권세력이 분석자료와 장래수요를 의도적으로 왜곡,
추진해온 사업을 그대로 지속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 대한 국정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중요사항을 이 시점에서나마 재점검하는 결단이 불가피
하다고 본다.

현행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소요될 예산규모나 건설이후
예상되는 운행적자 문제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과제다.

일부층은 아직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갖지 않고 그들이
저지른 경부고속철도사업의 수행이 우리나라 SOC사업의 대명사인양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에 금년말까지 개통시키겠다던 경부고속철도가 부실사업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 보다 효과적인 SOC사업을 놓치고 철도교통난을
가중시켰으며 사회비용만 날린 꼴이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의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IMF국난으로
한정된 국가예산으로 인해 다른 시급한 SOC사업을 뒤로하고 이제까지와
같은 정책오류를 답습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회생키 위해 필요한 수출경쟁력은 물류난을 해결해 주는
SOC확충에서 풀어가야 한다.

우리의 교통체계가 고비용 저효과의 공로체계에서 저비용 고효과인
철도체계로 개편되지 않고는 선진국과 경쟁할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 단기간내에 저렴한 철도망체계를 구축하여 물류난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 산적한데 현행과 같은 고가의 경부고속철도사업이 SOC사업비의
태반을 다 빨아먹는 블랙홀로 존속된다면 IMF체제를 극복할 SOC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안 문제로 다가온 경부고속철도사업에 대해 국민의 새정부는 다음
몇가지점을 고려하여 중요사항을 재점검하고 합리적 추진방향을
재설정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첫째 현행사업이 기본조사와 계획에 의한 최종계획안을 토대로 하지 않고
착공부터 서둘러 온 결과 아직까지도 중요사항에 관한 계획안이 합리적인
결론에 미달한 것이 많다.

서울역사의 입지를 비롯해서 대구시 구간의 지하화 지상화 문제, 그리고
대구~경주~부산구간 노선문제 등은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전체에 미치는효과가 지대하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들은 당초에 확정짓는 책임을 못했다 해서 그대로
놔둔채 공사를 계속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유보된 결정사항이 전체사업의 건설과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라도 더 늦기전에 국민경제가 감당할 청사진을
점검하는 것이 새정부의 책임이다.

둘째 일각에서는 사업추진과정에서 부각된 문제점을 그동안 수정보완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도 하지만 수정내용은 땜질식
예산증액이 전부다.

수정된 예산액도 축소된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고 그동안 10여년이상 의도적
편견과 자료왜곡으로 조작하여 전문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려온 기관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이제부터의 책임은 새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국민경제에 대한 동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의 신뢰가 담긴
계획안을 확정하기 위해서도 신뢰감있는 연구조직에 의해 재점검을 서둘러
수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산업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었고
그 큰 이유중의 하나는 선진국보다 2~3배나 높은 물류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SOC의 효율적인 구축이
기본과제다.

제한된 재원으로 교통난 물류난을 해결하고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토개발차원에서의 교통망계획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인구및 경제활동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철도교통에 주력하는 것이
선진외국의 경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철도경영여건이 우리보다 훨씬 불리한 선진국보다도
오히려 철도개발을 등한시한 결과 철도체계가 너무 낙후되었고 그 결과
고비용 공로교통으로의 파행이 초래되었다.

앞으로 한국철도의 부흥은 국가경쟁력을 회복하는 핵심사업으로
새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막대한 경부고속철도사업비는 그 규모와 중요성에서 볼때 재검토하여
한국철도망의 부흥을 촉진할수 있는 종합계획과 전략하에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여 추진토록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